강박사고와 강박행동은 다양한 형태를 가지고 있어서 어떤 한 가지 유형으로 분류하기는 어렵지만, 흔히 경험하는 강박증상은 오염에 대한 공포와 세척, 병적인 의심과 확인, 대칭성에 대한 집착과 정리, 공격적/성적/종교적 강박사고, 신체적 염려 등입니다. 흔한 강박증상과 그 예시는 다음과 같습니다.
오염에 대한 불안은 강박 증상 중에서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입니다. 더러워지거나 오염되는 것, 병균이 옮겨져 감염되는 것 등에 대한 지나친 걱정이 강박사고의 내용으로, 오염에 대한 저항이 강박행동으로 같이 나타나게 됩니다.
다음은 오염 강박사고와 강박행동을 가진 환자의 예입니다.
대학생인 J군은 성실하고 모범적인 학생이지만, 수업이 끝나면 바로 집으로 올 뿐 또래들과 어울리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사람 많은 곳에 가는 걸 좋아하지 않거든요. 그러니까 친구들 만나는 것도 불편하고······.” 여러 사람들이 만지는 문 손잡이나 버스 손잡이, 공공 화장실을 사용하는 일은 J군에게 매우 힘든 일입니다. 그런 것들을 만지면 더러운 균들에 의해 자신이 오염되었다는 불안에 한참 동안 손을 씻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씻고 나서도 왠지 무언가 남아 있다는 불안감에 없어질 때까지 몇 번이고 반복적으로 손을 씻게 됩니다. “한참 씻어야 하니까, 저도 힘들어서······. 차라리 그런 곳에 잘 가지 않는게 나아요.” J군은 가방에 항상 항균 성분이 함유된 비누를 가지고 다닙니다. “이걸로 닦아야지만 안심이 되거든요.” J군은 앞으로 군대나 직장같은 사회 생활을 자신이 잘 해낼 수 있을지 걱정이 많습니다.
병적인 의심과 그에 대한 확인은 강박사고와 행동 중 가장 흔한 유형입니다. 이러한 강박사고는 일이 제대로 되었다는 것을 알지만, 거기에 뭔가 잘못된 것이 있지 않은지 의심하는 반복적인 생각으로 나타납니다. 따라서 이에 대해 확인을 하는 강박행동을 수반합니다.
다음은 병적인 의심과 확인 강박증상을 가진 환자의 예입니다.
식당 일을 하러 일찍 나가시는 어머니와 단둘이 사는 M군은 혼자 아침을 차려 먹고 문단속을 하고 나옵니다. 그렇지만, 항상 무언가 잘 하지 못하고 나왔다는 불안감에 몇 번이고 확인을 하느라 오늘도 여느 때처럼 지각을 하고 말았습니다. 문을 잠그고도 몇 번이나 확인을 하고, 학교로 가는 도중에도 다시 돌아온 적이 있습니다. “왠지 제가 문을 안 잠그고 나왔다는 생각이 자꾸 들고 직접 확인해야지만 그런 불안이 없어져요.” 아침에 모두 분명히 확인을 했건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다시금 강박사고가 떠오릅니다. 문도 그렇고, 가스를 안 잠그고 나온 것 같다는 생각, 창문이 열려 있을 것 같다는 의심이 반복적으로 떠올라서 M군은 얼마 전에는 조퇴를 한 적이 있습니다. “꼭 확인을 해야지 살 것 같았거든요.” M군의 강박사고와 강박 행동은 학교 생활에도 영향이 많습니다. “그런 의심이 자꾸 드니까, 집중이 잘 안되네요. 예전보다 성적도 많이 떨어졌어요.”
대칭성에 대한 강박사고 역시 일반적인 유형 중의 하나로 이들은 물건들이 제자리에 정확하게, 혹은 정해진 순서대로 놓여있어야 할 것 같은 느낌으로 나타납니다.
다음은 대칭적인 것에 대한 강박사고와 행동을 보이는 예입니다.
30대 후반의 주부인 S씨는 오늘도 장을 보고 온 물건을 정리하는 데 2시간이 넘게 걸렸습니다. 마트에서 상자 채로 사온 생수 박스는 뜯어서 생수병들을 가지런히 정리해 놓는데, 상표가 모두 같은 방향을 향하도록 정렬해야 합니다. 냉장고에 들어간 물건들도 크기에 맞추어 나란히, 가지런히 정리되어 놓여졌습니다. 주방만이 아니라 S씨의 집에 있는 모든 물건들은 삐뚤어지거나 튀어 나온 것 없이 깔끔한 모습입니다. 책을 읽고서 키에 맞춰 꽃아 두지 않은 큰아이의 책장을 매일같이 정리하면서 S씨는 종종 아이들에게 잔소리를 하게 되는 일이 많습니다. “저도 피곤하죠. 하루 종일 치우고, 정리하고······. 그래도 흐트러진 집안을 보고 있으면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
공격적, 성적, 종교적인 강박사고도 많이 관찰되는 유형입니다. 신앙을 가진 사람에게 있어서 반복적으로 드는 신성모독, 또는 불경스런 생각으로 나타날 수 있고, 소심하거나 내성적인 성격의 사람에게 주변사람이나 가족, 혹은 그 이외의 사람에 대한 공격적이고 폭력적인 생각이나 성적인 충동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음은 공격적, 성적인 강박사고와 이에 대한 반복적인 강박행동을 보이는 예입니다.
20대의 남성 H씨는 자꾸만 떠오르는 공격적이고 위협적인 강박사고로 고통 받고 있습니다. 이라크 전쟁이나 테러 장면들, 칼에 찔려서 피를 흘리는 사람들의 심상이 반복적으로 떠오르고, 가끔은 자신이 그러한 행동을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그때마다 동반되는 불안감을 억누르기 위해 H씨는 스스로 ‘운이 좋다’고 생각하는 숫자만큼의 기도를 반복적으로 하곤 합니다. “글을 읽을 때 ‘총’이나 ‘칼’자만 봐도 불안감이 생깁니다. 얼마 전에는 ‘총무’라는 글자를 보고 한참 동안 기도를 해야 했지요.” 최근에는 성적인 이미지들이 떠오르는 횟수가 늘어나면서 H씨의 반복적인 기도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불안해서 기도를 하는 동안에도 제 표정이 무척 굳어 있다는 것이 느껴져요. 남들이 저를 보면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할까 봐 걱정이 됩니다.” H씨는 직장 동료들이 자신이 이러한 증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신체적 염려 역시 비교적 흔한 강박 사고 중의 하나입니다. 이것은 신체 일부분의 모양이나 기능에 대한 지나친 걱정으로 나타나는데, 이에 대해서 반복적인 안심을 구하기 위하여 강박행동이 같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다음은 신체적 염려를 강박증상으로 보이는 환자의 예입니다.
20대의 대학생인 C양은 자신의 코가 오른쪽으로 약간 비뚤어졌다는 생각이 자꾸 들어서 거울을 자주 들여다보곤 합니다. 수업시간에도 그런 생각이 들면 손으로 코를 만져보면서 확인하기도 했지만, 요즘은 그렇게 손으로 자꾸 만지면 더 비뚤어질까 봐 아예 손을 대지 않기로 하였습니다. 가족들이나 주변 친구들에게 자꾸 ‘내 코가 비뚤어지게 보이지 않느냐’고 반복적으로 확인을 구하고, 괜찮다는 대답을 들어야 안심을 하는 행동을 반복해서 가족들은 이제 C양이 ‘코’자만 꺼내도 짜증이 납니다. “도대체 우리가 어떻게 해줘야 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C양의 어머니는 아무리 안심시켜 줘도 잠시 후면 또 다시 불안한 얼굴로 자기 코가 괜찮게 보이는지 물어보는 딸 때문에 걱정입니다.